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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 정병주 특전사령관, 김진기 육군 헌병감, 하소곤 육군 작전참모부장, 김오랑 중령, 정선엽 병장… 1979년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에 항명한 군인들입니다. 12·12로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군사독재가 독해졌을지언정 이들 덕에 "적에겐 사자처럼, 백성에겐 양처럼"이라는 군인 정신은 살아남았습니다. 그로부터 45년이 흘렀습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그리고 그 외 여러 장군들 중 단 한 명도 12·3 비상계엄 명령에 항명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현 1공수여단장, 김현태 707단장은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부당한 명령을 따라 부하들에게 못할 짓을 시킨 지휘관으로서 흘린 눈물입니다. 계엄에 성공해 혁명이 됐어도 그들은 울었을까요? 계엄법으로 이 나라를 통치하며 의로운 국민들을 처단하고 있었을 겁니다. 울음은 국민들 몫이 됐을 겁니다. 계엄이 실패한 뒤 흘리는 군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과 같습니다. 항명하지 못한, 비겁한 눈물입니다.
12·3 비상계엄으로 육군참모총장,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등 별 17개가 구속되거나 직무정지됐습니다. 영관급도 줄줄이 검경에 소환되고 있습니다. 군의 정치 중립 역사가 무너져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찍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바라보는 국내외의 시선은 우려 일색입니다. 군이 유례없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김선호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으로 수습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국회 출근 도장 찍기도 역부족입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NSC를 열고 굳건한 안보태세를 주문했습니다. 군의 혼란이 커서 한덕수 대행의 지시가 공허하게 들립니다. 계엄의 직격탄을 맞은 국방부와 군을 추스를 구원투수, 차기 국방장관을 속히 뽑아야 합니다. 차기 국방장관의 조건은 단순하지만 묵직합니다. 여러 현역 장교들은 군 기강을 다잡을 수 있는 리더십과 한미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군사적 노하우, 무엇보다 확고한 정치적 중립을 차기 장관의 조건으로 꼽습니다. 여기에 더해 비(非) 육사 출신이면 금상첨화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네 번째 대국민 담화를 했습니다. 계엄령을 선포한 <배경>과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약 28분 22초 동안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핵심 논리는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비상계엄이라는 통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법리적 주장', 두번째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는 등 국회 기능 마비를 꾀하지 않았으므로 국헌문란 목적이 없어서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관계에 대한 주장'입니다. 이 역시 전형적으로 피청구인 또는 피고인의 변호사가 변론을 펼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두 가지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통치행위는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법리적 주장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에 의해 반박되고, 국회 마비 등 국헌문란 목적의 행위가 없었다는 주장은 비상계엄 핵심 관련자들 증언과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씩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취재파일에서 대출 브로커들이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와 약사 등 의료 전문직에게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있다는 내용 전해드렸습니다. 이자를 높이 쳐서 돈을 빌려주는 일반적인 대부업 수준이 아니라, 준정부기관인 <신용보증기금>에서 운영하는 <예비창업 보증 제도>를 악용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예비창업 보증제도는 정부가 대출 보증을 서주는 제도입니다. 브로커들은 신용보증기금이 내세운 대출 규정을 무시하고, 의사들의 허위 잔고 증빙을 도와서 불법으로, 많게는 1인당 10억 원이 넘는 보증서를 받아냈습니다. 그렇게 무리한 대출을 끌어 썼다가 혹시 병원이 망하면 결국 나중에 세금 낭비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취재진은 실제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들과 함께 직접 대출 상담을 신청해봤습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많은 이들이 ‘올해의 발견’ 중 하나로 꼽는 이 영화의 제목을 ‘조용한 아침의 나라, 더 랜드 오브 모닝 캄(The Land of Morning Calm)’으로 지었다면 영화 내용과 잘 어울렸을 겁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한국의 현실에 대한 강력한 풍자이고,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한국의 현실에 대한 강력한 반어법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 뜬금없게도 <‘아침바다 갈매기는’> 입니다. 이 제목은 영화 내용과는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이 말인즉슨, 제목과 내용 간의 괴리를 관객이 상상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이고, 제목의 뜻을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가 크다는 뜻입니다. 영화 제목을 정하는 데야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1승》,《소방관》처럼 정공법으로 가는 방법과 《헤어질 결심》,《기생충》처럼 에둘러 가는 방법이 있는데, 이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후자 중에서도 윗길이라 할만큼 은유의 농도가 짙습니다. 아니, 어쩌면 은유가 아니라 감독이 그저 자신의 심상에 따라 갖다 붙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겨울' 하면 어떤 영화가 떠오르시나요? 《겨울왕국》일 수도 있고 《러브레터》일 수도 있겠지요. 저는 《캐롤》이 생각납니다. 스크린에 김이 서릴 것만 같은 아련한 겨울, 두 여인의 섬세한 내면 정경(情景)이 아스라이 펼쳐지는 이 영화는, 현재 재개봉 중입니다. 《캐롤》의 재개봉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재개봉은 특별하다면 특별합니다. ‘명작을 어필하다, CGV 월간 재개봉- 어바웃 필름’이라는 슬로건 아래 멀티플렉스가 시작하는 정기 재개봉 프로그램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재개봉 영화 열풍을 이끈 주역 중 한 사람은 NK컨텐츠의 남기호 대표입니다. 특히 2020년에 재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는 2-30대 젊은층에까지 인기를 끌면서 ‘처음 보는 재개봉 영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화양연화》가 또다시 재개봉한 2022년에 만난 남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개봉을 해서 몇십 만 명의 관객을 다시 동원한다? 이런 건 약간 생각하기 힘든 것 같고요,
저는 만 명 이상, 오만 명 정도의 관객들은 충분히 재개봉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년 새롭게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이 동네에 1-2곳은 꼭 있죠. 사실 동네에 병원이 더 생기면 대기 시간도 줄어들고 생활 인프라 측면에서는 주민으로서 나쁠 게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병원들이 어떻게 개원하는지 그 과정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병· 의원들이 개원하고 폐업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세금이 정당하지 않게 쓰였다면 어떨까요? SBS 취재진은 여러 병·의원들이 개원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식으로 개원자금을 마련한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분열과 소멸의 시대, 인류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지금,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우리는 어떠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까? 축소 사회에서 초(超) 생존의 조건을 찾아 나섰던 2024 SBS D포럼이 지난 12일 성대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 SBS D포럼, 줄여서 SDF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여기에 더해 청년, 기업, 기후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를 심도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SDF 구성원들의 진심을 가득 담은 강연을, 7백 명 넘는 참가자분들이 늦은 오후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객석을 가득 채우며 경청해 주셨습니다. 올해 포럼의 핵심만 요약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SDF2024 에필로그 1편.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SDF2024를 빛내준 국내외 연사들의 강연 내용을 모았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주로 2017년에 문을 연 충청북도 진천 선수촌에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원도 태백시에도 국가대표 선수촌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1998년 6월에 개장해 올해로 만 26살이나 됐지만 태백선수촌의 인지도는 크게 떨어집니다. 태백선수촌은 백두대간의 중추인 함백산의 해발 1,330m 고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태백선수촌은 고지대 훈련을 통해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지구력을 키워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이곳의 기온은 서울에 비해 크게 낮습니다. 기록적 폭염을 보였던 올해 여름에도 이곳에서는 밤에 이불을 덮고 자야 할 만큼 서늘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10년 전만 해도, 여름철에는 종목별 대표팀과 프로구단들 간에 입촌 경쟁까지 벌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곳을 찾는 발길이 뚝 끊어졌습니다. 2024년의 경우 태백선수촌에서 훈련한 팀은 복싱, 트라이애슬론, 에어로빅 고작 3팀에 불과합니다. 1월부터 5월까지 사용한 팀은 하나도 없고 10월 이후 지금까지도 훈련 일정이 비어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에 가장 크게 반응한 건 다름 아닌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당선 이후 한 개에 9만4천 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트럼프가 처음부터 가상자산을 옹호했던 건 아닙니다. 불과 3년 전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이 미국 달러 패권 시대의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사기’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에는 통화가 달러 하나뿐”이라면서 “달러만이 유일하게 강력하고,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통화”라고 선언하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전부를 강력하게 견제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비트코인이 진정으로 새로운 장을 맞이할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反)암호화폐 대통령이 어쩌다가 불과 몇 년 만에 친(親)가상자산 대통령이 된 것인지, 그리고 트럼프가 2기 행정부에서 약속한 공약들이 정말 실현가능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중국인 유학생 3명이 지난 6월 25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작전기지에 정박해 있는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호를 드론으로 불법 촬영하다 적발됐습니다. 루즈벨트호는 한미일 3국 최초로 수상· 공중· 수중· 사이버 등 분야에서 치러지는 다영역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에 참가하기 위해 사흘 전에 입항한 것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루즈벨트호에 승선해 "우리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며 한미 동맹을 강조했습니다. 중국인 유학생 3명이 드론을 상공에 띄워 루즈벨트호를 약 5분 간 촬영한 건 윤 대통령이 승선하기 직전이었던 걸로 알려집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군 시설에 관심이 많아 단순한 호기심에 촬영했다"고 진술했고 경찰도 "당장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취지로 언론에 답변했습니다. 이들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출국 정지 조치됐고 불구속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부터입니다.
리들리 스콧이야말로 할리우드의 ‘카이사르급’ 감독입니다.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글래디에이터》, 《블랙호크다운》, 《마션》등 SF와 역사, 액션, 전쟁 등 다양한 장르에서 레퍼런스급 영화를 만들어온 거장입니다. 지난 2000년 글로벌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던《글래디에이터》의 속편 《글래디에이터Ⅱ》가 개봉했습니다. 60대 중반이었던 감독은 이제 80대 후반에 이르렀고, 막시무스가 죽은 뒤 영화 속의 시간도 딱 그만큼 흘렀습니다.?이런 말이 있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모든 것은 로마에서 왔다. 우리나라의 영문 국호인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의 ‘리퍼블릭(Republic)’도 ‘공적인 것’ 또는 ‘공무’를 뜻하는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에서 왔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말을 ‘공화국’이라는 의미로 씁니다. 공화국은 왕이 아니라 <국민>이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칼럼을 쓸 영화라면 보통 두 번 정도는 봅니다. 어떤 영화는 특정 대목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생각이 잘 안 나더라도 그냥 써야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 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요즘 영화나 드라마가 잔인한 장면이 좀 많은가요? 극사실적인 전쟁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곧 개봉하는 《글래디에이터2》도 잔인한 폭력씬 때문에 1편과 달리 '청불' 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런 영화들에 어느 정도 길들여졌지만, 직접적인 살육 장면도 없는 이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가 더 보기 힘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 러시아의 침공으로 포위된 도시 마리우폴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을 보면서 이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떠올랐습니다.
지젤 펠리코. 올해 71살인 그녀는 올가을 프랑스 신문 사회면에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 중 하나입니다. 지젤은 50년을 함께 살며 3명의 자녀를 같이 낳아 키워온 동갑내기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로부터 충격적인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입니다. 도미니크 펠리코는 2011년부터 10년 간 지젤의 음식이나 술에 몰래 진정제 성분의 약을 넣어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인터넷으로 모집한 익명의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아내인 지젤을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도미니크의 의도대로 그녀를 성폭행한 50명의 남성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성범죄 피해여성인 지젤의 이름이 공개되고 그녀가 프랑스 사회의 유명 인사가 된 건, 이 사건의 재판이 '공개 재판'으로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젤은 일반적인 성범죄 피해자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지젤의 변호인은 "우리는 침묵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젤은 가능한 한 이 일을 널리 알리고 싶어하며, 수많은 피해자에게 '우리가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영감을 주길 원한다"는 겁니다.
도쿄 올림픽 전웅태의 사상 첫 메달에 이은 파리 올림픽 성승민의 여자 선수 첫 메달. 76년 역사의 한국 근대5종은 경기력 면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에서도 전웅태, 서창완, 성승민, 김선우 등이 번갈아 메달을 따내며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근대5종연맹의 행정은 의문의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표 선수단과 연맹의 마찰, 대표 선수단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의사 결정, 여기에 각종 비리 의혹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아가고 있는 한국 근대5종의 문제점을 연속 보도를 통해 짚어봤습니다.
이이의 소설이 이렇게 잘 읽혀도 되는 건가? 뒤늦게 '한강 읽기' 대열에 합류한 필자는, 한강의 소설이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것이 어쩐지 꺼림칙합니다. "한강의 詩적인 문장들은 철저히 고통스럽게 읽혀야 한다"는 한 평론가의 글이 마음에 걸려서 일까요. 한강의 소설은 고통을 말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고통스러워하는 마음이 그의 소설에 담겼습니다.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한강이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이 고통이었다고 하죠. 압도적인 고통. 필자는 <씨네멘터리> 칼럼을 통해서만 세 번이나 죽음과 자기 결정권에 대한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를 다뤘습니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영화는 이런 영화들 가운데 가장 우아한 영화입니다. 두 달 전 베니스영화제에서 이 영화제 사상 신기록인 18분 간의 기립 박수를 받고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60년생 동갑내기 명배우인 줄리안 무어와 틸다 스윈튼이 주인공이어서만은 아니다, 라고도 말하고 싶지만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성립하지 못했을 겁니다. 최소한, 이만큼 우아하게 고통과 죽음, 안락사의 문제를 바라보게 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지난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모두에게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육 현장도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년 성교육에 유해하다"며 <채식주의자>를 폐기했는데, 정작 한강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준 노벨위원회는 채식주의자를 극찬했기 때문입니다. <채식주의자>는 평범했던 중년 여성이 어느 날 육식을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주인공은 고기를 억지로 먹이려는 가족과 대립하기도 하고, 점점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매력을 느낀 형부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기도 합니다. 육식이란 관행을 거부하자, 가족들은 혐오와 성적 매혹, 질투심 등 반응을 보인건데, 노벨위원회는 이 작품이 경직되고 때로는 독재적인 사회 규범과 관습에 매몰된 가부장 사회를 날카롭게 묘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를 폐기한 학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매우 축하할일이나, 그렇다고 해서 부적절한 성관계가 선정적으로 묘사된 이 책을 반드시 청소년이 읽어야 하는 것인가? 라는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부적절한 성관계가 묘사됐다고 해서 반드시 청소년에게 유해한 걸까요?
하반기 장성 인사가 임박했습니다. 통상 10월에 단행되는데 이번 인사는 11월 초로 예상됩니다. 이번 주 국정감사의 국방부 종감, 다음 주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가 마무리된 뒤 인사가 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번 하반기 장성 인사는 별 셋, 3성 중장 이하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슈는 "항명·수사외압 사건으로 쑥대밭이 된 해병대의 차기 사령관에 누구를 앉히느냐"입니다. 해병대 사령관 인사가 해병대의 명예와 신뢰, 힘을 되찾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장교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안이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해병대 제1 공약인 '해병 별 넷, 4성 장군 배출'의 이행입니다. 해병대 4성 장군을 감안한 사령관 인사를 함으로써 윤석열 정부는 대선의 약속을 지키고 해병대는 힘을 되찾는일석이조의 결과를 낳자는 생각입니다.
정말 그 사람이 맞을까. 검색창에 이름을 넣어봤습니다. 맞았습니다. 배우 송일국 씨의 아들 삼둥이부터 군인 부부의 오둥이 남매들까지, 많은 대중들이 알고 있는 다둥이 분만을 성공시킨 국내 '다태아 분만' 명의(名醫) 전종관 교수.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정년퇴임 후 올해 초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많은 부부들의 다태아 분만을 돕고 있습니다. 그 이름을 이곳에서 보다니, 의외였습니다. 지난 14일, 시민사회계가 마련한 '임신중지 비범죄화 후속 보건의료체계 구축 및 입법 촉구 기자간담회'였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낙태라고 불리는 '임신중지'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어떤 것들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시민사회단체와 보건의료계, 그리고 법조계 인사들이 모여 정부에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는 1시간 동안 이어진 패널들의 모두발언을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교수님은 왜 이 자리에 나오셨나요?"
무도(武道). 무예 및 무술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각종 무예와 무술을 아우르는 표현입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영화 '무도실무관'이 개봉해 무도실무관이란 직업에 대해서 알게 됐고, 취재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 직업의 실태를 알게 됐습니다.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지난 <8뉴스>방송에 담지 못했던 무도실무관이란 직업의 다양한 쟁점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무도실무관은 출소한 전과자들을 관리하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의 공무직 근로자입니다. 법무부 공무원인 보호관찰관을 도와 전과자들 중에서도 전자발찌를 착용한 주요 대상자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준법지원센터 또는 보호관찰소와 계약을 통해 고용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국에 170명이 있습니다. 이 직업 앞에 '무도'가 붙는 이유는 무도 3단 이상이 지원 자격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무도실무관이 필요한 이유는 이들이 관리하는 대상자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호관찰관들이 사법 경찰의 지휘를 가지지만, 어디까지나 일반 공무원 출신이기 때문에 보다 무도에 능한 인력을 뽑아 관찰관 업무를 보조하게 하려고 지난 2013년 무도실무관이란 직업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