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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듣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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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듣는 남자

Author: Bugs (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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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라디오 '키스'의 재즈담당 PD이자, 2000년부터 재즈에 관련된 글을 써온 재즈 칼럼니스트 낯선청춘 최규용이 '벅스 - 뮤직포커스’ 코너에서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는 에세이 ‘재즈 듣는 남자’를 전문 성우가 읽어드립니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물론, 감미로운 재즈 선곡까지 함께하는 ‘재즈 듣는 남자’를 만나보세요!
16 Episo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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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만 같았던 여름을 밀어내는 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불어온다. 그럼에도 여름은 9월 내내 미련처럼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그래도 9월이면 마음은 가을을 향한다. 한 낮의 따가운 더위보다 아침 저녁의 선선함에 더 마음을 주게 된다. 게다가 이미 8월부터 하늘은 가을처럼 맑고 푸르렀다. 이런 날 프랑스 파리가 그리워졌다. 파리의 9월 하늘 또한 요즈음의 하늘처럼 푸르렀기 때문이다. 바람도 좋았다. 내게 파리는 9월이 제일 좋다. 번잡했던 여름 풍경이 서서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파리의 여름은 이방인들을 위한 계절이다. 여름이 시작되면 파리 거주자들, 그러니까 파리지앵들은 긴 휴가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자리를 다른 곳에서 온 여행자들이 메운다. 심하게 말하면 파리에 살면서 파리의 여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그렇게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면 긴 여행을 떠나지 않고 파리에 남아 있던 나는 안도감을 느끼곤 했다. 나 역시 그들에게는 이방인이었겠지만 그래도 떠난 친구들이 다시 돌아온 것만 같았다.
날이 무덥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 나임에도 30도를 웃도는 날이 며칠씩 이어지니 다소 지친다.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디로 가고 싶지도 않다. 그냥 방에 널브러진 채로 일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세상사와 동떨어져 빈둥거리는 하루가 요즈음 내가 꿈꾸는 하루다. 그러나 나는 이 무더운 여름 날 땀을 흘리며 출퇴근길, 업무 시간, 저녁 시간에 기회가 될 때마다 걷는다. 건강을 위해서다. 의사는 내게 운동을 권했다. 근력 운동도 좋지만 식단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하루 만 걸음 이상을 걸으면 체중, 체성분, 혈압, 혈당 등 건강의 지표가 좋아질 것이라 했다. 이리 말하니 내가 무슨 큰 병이 든 줄 알겠다. 그렇지는 않다. 비만 위험이 있어서 이를 방지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한 만큼 의사의 충고를 따라 걷고 있다.
언젠가 이야기했지만 나는 휴가철이면 내가 사는 서울을 잘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올 해는 좀 다르다. 떠나고 싶다. 아마도 요즈음 회사 업무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무작정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을 뿐이다. 사실 여행의 재미는 어딘가로 향하는 그 자체에 있지 않을까? 목적지에 도착하면 돌아가야 할 일만 남는다. 우리가 되도록 멀리 떠나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그만큼 떠나는 것의 설렘을 오래 느끼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떠나 어딘가로 향하는 설렘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7번 국도가 제일 좋을 것 같다. 7번 국도는 부산에서 출발해 울산,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삼척, 동해, 강릉, 속초를 거쳐 고성의 군사분계에 이르는 약 500킬로미터의 도로를 말한다. 이 7번 국도를 달리고 싶은 것은 대략 포항부터 고성까지의 약 4분의 3구간이 바다를 옆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바다를 원 없이 보며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이 도로의 매력이다. 무덥더라도 상관 없다. 어느 맑은 날 이 7번 국도를 달려보고 싶다. 내 경우는 부산에서 위로 올라오는 여정이 아니라 고성이나 속초쯤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하는 여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겠다. 일단 고성이나 속초까지 가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말이다.
우연히 TV에서 '숲 속의 작은 집'이란 프로그램을 보았다. 연예인 두 명이 각각 한적한 산속에 지어진 작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관찰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두 명은 각각 혼자 요리를 하고 장작을 때며 하루를 보낸다. 출연진이 단 한 명이기에 큰 갈등이나 사건도 없다. 자연의 변화, 시간의 변화가 사건의 전부일 뿐이다. 화면이 시시각각 변하고 자막이 화면의 3분의 1은 차지해야 관심을 받는 기존 오락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숲 속의 작은 집'은 매우 심심한 프로그램이다. 제작진도 시청률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프로그램을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단조로운 내용이었지만 그것에서 쉽사리 눈을 떼기 어려웠다. 보아하니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꼈는지 시청률도 예상보다는 높다고 한다. 왜 이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을까? 그것은 사람들의 고독 욕구를 건드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현재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외롭다고 말한다. 그러나 복잡한 도시의 삶 속에서 한편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간절히 원하기도 된다. '숲 속의 작은 집'은 이러한 홀로 있고 싶은 욕구를 대리 실현해 준다. 나 또한 종종 혼자 있고 싶은 욕구를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숲 속에 들어가 살 수는 없는 법. 대신 조용히 음악을 듣는다. 특히 솔로 연주 곡을 듣곤 한다.
가끔 나는 인터넷 검색 창에 내 이름을 적곤 한다. 내 글이 도용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 말미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내 이름을 검색하면 의외로 나와 같은 이름을 지닌 다른 사람이 제법 보인다. 물론 나도 부끄럽지만 그 사이로 보인다. 나는 유명해지기 위해서 글을 쓰지 않는다. 게다가 재즈에 관한 글로 유명해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내 글이 널리 읽히고 그로 인해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그리고 기왕이면 그들에게서 오래 기억되고 싶다. 먼 훗날, 내가 세상에 없는 날에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나를 한번 정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죽은 후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맞다. 부질 없는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다. 음악처럼 말이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아주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내가 큰 탈 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는 데는 걷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걷기를 좋아하다 보니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바로 제주도 올레길을 완주해 보는 것. 2017년부터 2012년 사이에 개발된 올레길은 총 21개의 코스 총 길이는 약 425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각 코스를 완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여섯 시간. 올레길을 걷고 싶은 이유는 걷기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주도 풍경의 아름다움 때문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으면 그대로 작품이 되는 멋진 풍경이 도처에 있기에 걷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실제 몇 해전 14길을 걸었는데 몸은 힘들었어도 눈과 마음은 무척 즐거웠다. 음악을 듣다 보면 걸으며 들으면 좋을 것 같은 곡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올레길을 걷는 나를 상상하곤 한다. 오늘은 그 몇 곡을 소개해 볼까 한다.
지난 겨울 정말 추웠다. 아니 지난 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 겨울보다는 따스하지만 기온만 두고 보면 그래도 아직 겨울에 더 가까운 거 같다. 그럼에도 희미하게나마 봄의 기운을 느낀다. 바로 햇살 때문이다. 지난 2월 4일 입춘 이후 부터였나? 한 겨울의 날씨는 계속 되었지만 햇살은 갈수록 온화해졌다. 다만 그 온화함을 새침한 바람이 시샘했을 뿐. “아 춥다!” 라고 혼잣말을 하면서도 나는 한 2주부터 하늘을 보며 걷기를 즐기고 있다. 봄을 마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햇살이 좋기 때문이다.
2월이면 다른 어느 계절보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잠시 나를 놓고 멍하니 있다고 오고 싶다. 추워서가 아니다. 따뜻한 남쪽 나라가 아닌 북쪽이라도 상관 없다. 이 곳만 아니면 된다. 여행의 간절한 바람은 겨울의 지루함 때문이다. 아무리 겨울이 좋은 사람이라도 이 맘 때쯤이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흑백의 단조로운 풍경 대신 조금은 색이 들어간 풍경을 원하게 된다. 특히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더하다.
1월은 특히 그렇다. 새해가 주는 신선한 기운 속에 머리까지 정리하고 나면 한 해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증표를 하나 획득한 느낌마저 든다. 마음의 여유까지 생긴다. 하긴 12달의 시간이 앞에 남아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시작의 느낌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실은 내가 머리를 자르고 365일의 순환이 다시 시작된 것일 뿐 세상이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럼에도 거리의 모습이 묵은 때를 씻어낸 것처럼 한층 맑고 투명하게 다가온다.
재즈 듣는 남자 - 10편의 영화 그리고 재즈 최근에만 해도 '라라랜드', '위플래시' 같은 영화들이 재즈와 상관 없이 큰 인기를 얻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후 재즈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신도 그 중에 하나로 재즈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영화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당신을 위해 벅스에서 사운드트랙을 들을 수 있는 영화 10편을 소개해 본다.
재즈 듣는 남자 - 책을 읽으며 듣는 재즈 바람 부는 계절에는 책을 읽자.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에 쓸쓸해 지는 날이면 책을 읽자. 누군가 필요한 같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어 외로운 날에도 책을 읽자. 책을 읽으며 계절을 잊고 쓸쓸함을 지우고 외로움을 버리자. 어떤 책을 읽어야 하냐고? 아무 책이건 다 좋다. 한 줄 한 줄 천천히 곱씹어 생각해야 하는 시집도 좋고 삶을 새로이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 책도 좋다.
재즈 듣는 남자 - 뉴욕 그리고 재즈 뉴욕에 며칠 머물지 않았기에 뉴욕의 슬로건인 "I ♥NY"이라 말할 정도로 내가 이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생각하면 그래도 서울이 나는 좋다고 하고 싶다. 그래도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그럴 일이 생기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또한 도시에서 재즈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음에도 뉴욕에서 녹음된 재즈를 들을 때마다 이전과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이번에 소개한 곡들을 들을 때면 뉴욕을 생각할 것이다.
재즈 듣는 남자 - 계절의 변화 그리고 팝을 연주한 재즈 아침 저녁으로 많이 선선해졌다. 가벼이 불어오는 바람에도 마음을 새로이 하게 만드는 선선함이 있다. 정말 가을이 된 것일까? 하긴 우리네 절기상으로는 이미 가을에 접어든 지 오래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렇지 않다. 갈수록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이상기온 때문일까? 올 여름만 해도 날씨가 참 이상했다. 비가 내린 날이 많았다. 맑은 날에도 동남아시아처럼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다. 이렇게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시기가 오면 나는 어지러움을 느낀다.
재즈 듣는 남자 - 도시에서 여름을 보내는 우리를 위한 재즈 편 더위를 피해 산이나 바다로 떠난다고 해도 그 특별한 날은 며칠뿐이다. 결국 우리는 살고 있는 도시에서 계절의 흐름을 겪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산과 바다에서 듣는 음악보다 도시의 여름에 어울리는 음악일 지도 모른다. 바다를 그리고 시원한 하루를 그리게 하는 음악부터 지금 내가 위치한 이 곳을 낭만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음악 말이다.
재즈 듣는 남자 - 무더운 날에는 흥겨운 소울, 훵키 재즈를 편 역설적이게도 그루브 가득한 흥겨운 재즈는 여름에 가장 적합한 음악이 된다. 적당히 몸을 움직이게 하고 그로 인해 건강한 땀을 흘리게 하니 말이다. 실제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 그냥 흥겨운 리듬에 잠시 취하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잊게 될 것이니 말이다.
재즈 듣는 남자 - 고요한 새벽, 그리고 재즈 편 어쩌면 당신은 이번 선곡들을 맛보기 위해 새벽에 일부러 일어나야 하는 것일까? 생각할 지도 모른다. 솔직한 마음으로서는 나처럼 새벽을 맛보며 음악을 듣고 나와 공감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음악을 듣기 위해 일부로 새벽에 일어나다니!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지는 날이 생긴다면 그 때는 부디 이 음악들을 잊지 말고 감상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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