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아내와 신기한 그물1
Description
눈 먼 아내와 신기한 그물(1)
옛날 강원도 회양 땅에 정 도령이라는 남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정 도령은 번듯한 양반집 귀한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졸지에 고아가 되었습니다.
부모도 없고 일가 친척도 없는 정 도령은 비록 양반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남의 집 농삿일도 도와 가며 먹을 것을 얻어서 근근히 생활을 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느라 정 도령은 나이가 삼십이 되도록 장가도 가지 못하고 아직도 도령이라 불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혼담을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자네 나이가 삼십이나 되었으니 장가를 가야할 때가 훨씬 지났네.”
“누가 나같이 가난한 사람에게 시집을 오려 하겠나.”
정 도령은 장가를 가서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자신이 없었습니다
“자네 혹시, 평민 아가씨라도 괜찮겠는가?”
비록 가난하지만 신분이 높은 집안의 아들이었던 정 도령에게 친구는 넌짓이 묻습니다.
“내가 과거에 양반 집 아들이라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이제 남의 집 머슴보다 못한 처지가 되었으니 평민 아가씨라도 내겐 과분하네.”
정 도령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마침 회양 고을 이방에게 딸이 있는데 나이가 차서 스물이나 됐는데 아직 시집을 못 보냈다고 하네. 내가 혼사를 넣어 보면 어떨까?”
“좋다 마다, 꼭 알아봐 주게. 무조건 그녀에게 장가 가겠네.”
양반이고 평민이고 가릴 처지가 아닌 정 도령에게 그의 말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습니다.
얼마 후 친구는 다시 찾아왔습니다.
“친구, 잘 됐네. 이방 집에서도 자네가 양반 댁 자제라고 아주 좋아하는구먼. 어서 서둘러 날을 잡고 혼례를 올리자고 하네.”
이렇게 해서 나이 삼 십 노총각 정 도령은 혼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결혼을 할 때 집안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결혼할 당사자는 결혼을 할 때까지 얼굴도 못 보는 경우가 아주 흔했습니다.
가난한 정 도령도 신부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결혼을 하러 회양 어느 고을로 갔습니다.
이방의 집에서는 결혼식 준비를 잘 차려 주었습니다.
정 도령은 결혼 당일이 되어서야 색시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살포시 눈을 감은 색시 얼굴을 보자니 나이는 많았지만 평범하고 인상이 좋았습니다.
결혼식이 다 끝나고 드디어 첫날밤이 되었습니다.
“이보게 이제 눈을 떠서 내 얼굴을 보시게. 비록 내가 노총각이지만 아주 못생긴 얼굴은 아니니 내 얼굴을 한 번 봐주게나.”
좀처럼 눈을 뜨지 않던 아내에게 이제 상투를 틀고 정 도령이 아닌 정 서방이 된 그가 다정히 말했습니다.
“아직 모르셨습니까?”
새 신부는 깜짝 놀라며 정 서방에게 말합니다.
“무슨 말이오?”
정 서방이 무슨 일인가 하여 물어봅니다.
“저는 눈을 뜨지 못하는 소경입니다. 제 아버지가 그런 말을 안 하셨다면, 지금이라도 결혼을 무르셔도 괜찮습니다.”
새 신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제 결혼을 무른다면 그녀는 다시는 결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모르긴 했지만, 이제 당신이 소경이라 해서 결혼을 무를 생각은 없소.”
맘씨 고운 정 서방은 거짓말을 한 이방은 미웠지만 솔직한 신부의 말에 용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