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ㆍ공급망의 ‘탈중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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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ㆍ공급망의 ‘탈중입북’ -
- 2024.04.21.-타이완.한반도.양안관계.시사평론-
 - (오프닝)
 
트럼프 관세 폭탄과 90일 유예 외에 최근 가장 큰 산업경제 이슈는 젠슨 황의 중국 방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국은 2022년 이래 국가안보를 내세워 NVIDIA의 첨단 반도체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였고 관련 기술이 군사적 용도로 기술 이전되는 걸 막았다. 미국의 수출통제에 순응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당시 H20 AI칩을 내놓았다. 엔비디아가 규격 및 합법적으로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유일한 AI칩이 H20 AI칩인데 미중 긴장 국면 아래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가 중국에 H20 AI칩을 수출하려면은 허가증을 신청해야 한다고 요구하였고, 이러한 규제, 즉 제한령은 무기한적이라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재무에서 미화 약 55억달러라는 거액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이 수출통제 목록에 있는 걸 제외하고 다른 걸 판매하다가 이제는 그것도 안 된다는 새로운 규제로 인해서 영업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전에 소식통을 인용하여 젠슨 황은 베이징에서 엔비디아의 고객과 면담하였는데 이중에는 딥 시크 창업인 량원펑(梁文鋒)과 만나 고객 수요를 만족시키고 미중 쌍방의 감독관리 요구에도 부합하는 중국을 위한 차세대 칩 설계에 관해 토론하였다고 전했다. 젠슨 황의 중국 방문은 마침 미국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민감한 시기이고 딥 시크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인공지능 칩에 힘입은 것이라고 하여서 더욱이 앞으로 딥 시크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업들이 관제 요구에 부합하는 AI칩을 도입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딥 시크 창업인 량원펑과 만났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중국 제1재경은 4월19일 젠슨 황의 일정을 안배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쌍방은 대면하지 못하였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황이 4월17일 베이징에서 중국 부총리 허리펑(何立峰)과 회의를 가졌다. -사진: AFP)
이번 젠슨 황의 중국 방문에서는 국무원 부총리 허리펑(何立峰)과 상하이시장 공정(龔正)과 각각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만났는데 평소 뉴스나 기타 영상 화면에서 젠슨 황의 모습을 보신 분이라면 한 가지 발견하셨을 수도 있을 텐데, 필자는 젠슨 황의 이번 중국 방문이 그에게는 매우 심각하거나 극히 중요한 일정이라 여겨진다. 그건 그가 어디에서든 가죽 잠바 스타일로 나타난 것과 달리 엔비디아 최고경영인의 신분으로 단 두 번 목격된 양복 정장 차림은 이번 중국 방문과 지난 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는 점이다. 그 사람의 옷차림으로 그의 심정을 대충 알 수 있는 듯하다.
트럼프 2기 출범 이래 전 세계가 미국 관세 등 정책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이번 달 하순 워싱턴DC에서 재무장관, 통상장관이 함께 참여하는 2+2 형식 또는 한미 2+3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 정부에서는 무역 균형의 추구, 비관세 장벽 해소 노력 등을 미국에 제안하며 국가 맞춤형 상호관세와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 부담 최소화를 이끌어내고자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완도 한국이나 일본처럼 미국과의 1단계 협상 대상으로 전해졌는데 이미 얘기가 다 끝났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타이완이 무엇을 들고 나갔는지, 또는 나갈 것인지가 중요한데, 라이칭더 총통은 4월9일 민주진보당 주석(당대표)의 신분으로 이날 당 중앙상무회의에서 학자의 특별보고를 청취한 후 ‘타이완의 우세는 지난 반세기 이래 탁월한 제조 능력에 힘입어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리드하는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고 가치사슬에서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기에 타이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신속하게 글로벌 핵심 국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타이완의 반도체산업이 성숙하고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어서 글로벌 노스(Global North) 국가들은 타이완의 우수 업체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데, 예전엔 TSMC가 타이완의 실리콘 실드(silicon shield) 역할을 맡아 왔다고 하였지만 지금은 ‘탈중입북(脫中入北)’에 투자하는 과정이 적극적인 방식이며, 타이완은 스스로의 경제 실력으로 굳굳하게 서고, 글로벌 포석을 하여 ‘글로벌 타이완’을 형성시킬 수 있게 되었다면서 비록 정세가 변화하고는 있으나 타이완은 글로벌 포석에서 자국의 우세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실리콘 실드란 반도체 분야에서의 타이완의 독보적인 위치가 중국의 무력 침공을 막는 방패로 작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3월 초순 TSMC의 대규모 미국 투자에 대해 필자는 당시 우리의 방패가 사라지고, 우리가 앞으로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카드를 잃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말씀을 드렸던 바 있다.)
이날 라이 총통은 여당 대표의 신분으로 ‘실리콘 실드 2.0’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타이완과 글로벌 노스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맹을 결성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제시한 ‘비홍색(탈중국)산업망’과 ‘타이완+1’, ‘타이완 + 미국’의 새로운 포석의 총체 청사진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정학과 지경학의 변화에 직면할 때마다 타이완이 이러한 상황을 운용하여 국가발전에 적합한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 전화위복하며 더 강하게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칭더(賴清德) 총통은 4월16일 여당(민주진보당) 당대표의 신분으로 당 중앙상무회의를 주재할 때 '탈중입북'을 제시했다. -사진: 민주진보당 제공)
‘탈중입북’에 대해서 전 행정원 금융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2008.12.1-2010.5.17.), 전 행정원장(2012.2.6-2013.2.17.) 등 고위직을 역임했던 현임 신세대금융기금회 이사장 천충(陳沖)이 라이 총통의 ‘탈중입북’ 주장이 언론에 보도된 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명사에 대해 설명한 걸 가져와 그가 2014년 11월, 인도네시아 코타 반둥(Kota Bandung)의 1955년 아시아-아프리카 회의가 열렸던 곳을 방문하였다는 옛 이야기를 조금 언급한다면 1950년에 시작된 한반도 전쟁이 1953년에 휴전된 지 2년 후(1955년), 미-소 동서 양대 집단이 이미 형성되었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는 갓 독립한 국가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식민 통치 하에 있는 곳도 있었다. 그 시점에 인도네시아 등 5개 국가들이 발기한 백인이 아닌 이른바 유색민족들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하게 되어 총 29개 국가가 참석해 ‘반둥 10원칙’을 채택하였다. 반둥에서의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는 미국을 위시한 제1세계도 아니고, 소련을 위시한 제2세계도 아니라서 그때부터 ‘제3세계’라는 명칭으로 분류하게 되었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비동맹 국가들이 탄생하였던 것이다. 20세기 말, 제2세계의 동유럽 공산권,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해체된 후 각 국가의 경제발전 현황에 따라 제1세계 또는 제3세계에 분류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점차 지금 말하는 글로벌 노스와 글로벌 사우스라는 개념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부인하지 못하는 건 이중에는 지정학적인 관념이 내포되어서 이른바 노스(북방) 국가는 경제와 민주주의 방면에서 상대적으로 더 발전해 있다는 것이다.
서방국가라는 개념도 꼭 이른바 서양에만 있는 국가들은 아닌 것처럼 글로벌 노스와 사우스를 말할 때에는 국제조약에서 규정한 건 아니고 경제발전 수준에 따라 글로벌 노스와 사우스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타이완은 경제체로 볼 때 글로벌 노스에 속해 있다는 건 틀림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노스에 속해 있는데 왜 글로벌 노스에 가입해야 한다고 할까.
라이 총통이 여당 당대표 신분으로 발표한 ‘탈중입북’에서의 ‘탈중’은 당연히 중국과의 관계를 끊는다는 뜻이고, ‘입북’이란 앞에서 언급한 글로벌 노스 국가란 뜻이다. 하지만 경제체로 볼 때 타이완은 일찍이 글로벌 노스에 속해 있다. 따라서 경제보다는 정치에 좀더 무게가 실린 용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은 타이완은 소규모 개방형 경제체이고 대외무역은 타이완 경제발전을 이끌어 주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 기타 국가 시장도 아주 중요하고 각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같은 다자간 경제무역기구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가 만약 다자간 경제무역기구에서 배제될 경우 국제사회의 각 국가 간에는 상호 제품에 대한 면세 혜택이 있지만 타이완은 그러한 혜택을 누릴 수 없어서 경제 통상 방면에서는 상당히 불리해 지기 때문이다.
미국도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조정한 상황 아래, 타이완의 대 대륙 수출은 총체 수출의 31%를 차지하고 있고 그동안 긴밀한 공급사슬로 인해 지금 ‘탈중국’을 구현하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白兆美
원고ㆍ보도: 백조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