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말고,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의사 작가 허우원융(侯文詠)의 선택 👨⚕
Description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성공이란 무엇일까요? 좋은 대학에 들어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 아니면 권력을 쥐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사회에서는 흔히 학력, 직업, 재산, 명예 같은 기준으로 성공을 판단하곤 하죠. 특히 입시를 중시하는 동아시아 사회는 성공을 곧 출세로 여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개인 취향보다 사회가 정한 틀에 맞춰 살아갑니다. 그런데 출세하든 못하든, 결국 인생의 끝은 모두에게 똑같이 죽음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성공은 과연 그렇게까지 중요하고 꼭 쟁취해야 할 가치일까요?
커리어의 황금기인 36살, 모두가 선망하는 타이완대병원 마취과 주치의 자리를 내려놓고, 앞길이 불확실한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한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타이완의 의사이자 작가 허우원융(侯文詠)입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참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죠. 하지만 허우원융은 오히려 누구보다도 ‘성공’이란 가치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사람입니다. 당시 병원에서 주치의로 승격되었고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10대 성공 인물’로까지 선정되었죠. 하지만 그는 스스로가 실패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편으로는 환자들을 더 잘 돌보고 싶었지만 글쓰기 때문에 집중할 수 없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글을 더 잘 쓰고 싶었지만 병원 일 때문에 마음껏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양쪽 모두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36번째 생일을 맞은 바로 전날, 병원에 사표를 냈습니다.
최근 신작을 발표한 그는 한 팟케스트(台灣通勤第一品牌) 인터뷰에서 당시의 결정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일하다 보니 점점 깨달았어요. 성공만을 추구하는 삶이 인생의 정답은 아니라는 것. 세상의 많은 문제들은 성공으로 해결되지 않으니까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죽음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데, 우리는 여전히 성공과 효율성만을 좇아요. 그러다 보면, 삶에서 재미가 사라지고 결국 성공이라는 뱀파이어에게 빨려들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돼요. 그래서 나 자신,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용감하게 살기로 결심했어요.” 오늘은 허우원융의 용기 비결과 삶의 철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 ✨︎
허우원융의 스펙을 보면, 성공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의대를 졸업하고 마취과 의사가 되었고, 부교수로 승진하며 박사 학위도 받았습니다. 동시에 글쓰기를 병행하면서 많은 팬을 보유한 ‘의사 작가’로 자리잡았습니다. 병원을 떠난 이후에도 방송인, 드라마 작가와 프로듀서로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지금까지도 타이완 문단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와이프 역시 유명한 치과 의사로,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인생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원래부터 성공한 사람이라 선택지가 많았던 거 아니야?”, “어차피 실패할 걱정 없는 인생이라, 사표도 낼 수 있었던 거지.” 이에 허우원융은 자신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하며,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만 나누면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신작 《내가 바라는 어른이 되는 것(變成自己想望的大人)》에서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황춘밍(黃春明) 작가를 언급했는데요. 어느 강연에서 황춘밍은 시청률이 40%를 넘었던 한 드라마를 이야기하면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전했습니다. “상하수도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그러더군요. 드라마 방송일의 저녁 8시 11분이 되면, 수도 수위가 갑자기 뚝 떨어진다면서요. 모든 시청자들이 광고 시간에 화장실로 달려갔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 웃기는 이야기같지만, 황춘밍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모두가 같은 드라마를 보고, 같은 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같은 타이밍에 변기를 누르는 세상, 여러분은 이런 인생이 너무 지루하지 않아요?” 허우원융은 이 말을 듣고 다짐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리듬으로 재미있게 사는 것!
재미있게 살자 💃
공무원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전통적인 ‘성공 철학’의 영향을 받았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 의대에 입학했죠. 그러나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갈망 때문에, 책과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일 년에 무려 300편 넘는 영화를 볼 정도로 푹 빠졌습니다. 의대 5학년 때는 영화 동아리를 만들었고, 심지어 의대를 그만두고 해외에 유학가서 영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 꿈은 그의 어머니의 한 마디 말로 막을 내렸는데요. 어머니는 “많은 청춘남녀들이 영화를 보고, 영화 속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얻지 못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곤 하지. 그렇게 보면, 영화감독은 사람을 죽이는 직업이야. 그런데 의사는? 아픈 사람이 자기 면역력으로 나을 수 있도록 살짝 도와주기만 해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단다. 그러니까 너는 사람을 살리고 싶니, 죽이고 싶니?”라고 했습니다. 이 말에 반박하지 못한 아들은 결국 영화의 꿈을 접었습니다. 참 황당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죠.
영화의 꿈은 접었지만, 초등학교부터 마음속 깊이 품고 있던 또 하나의 꿈이 있었습니다. 바로 작가였죠. 레지던트가 된 후, 틈날 때마다 짧은 수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인턴 시절 겪었던 일부터 와이프와의 연애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조각들을 글로 남겼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사 일만 해도 벅찬데, 하물며 의사와 작가라는 두 직업을 병행하는 것, 상상만 해도 어려운 거죠. 지금 말로 표현하자면, 허우원융은 멀티 커리어의 선구자였던 셈입니다. 그 뒤에는 강력한 성실함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허우원융의 대표 소설 《백색거탑(白色巨塔)》을 원작으로 한 동명 드라마의 OST를 함께 들어보시죠.
500명의 죽음, 그리고 새로운 시작 🛏︎
허우원융은 퇴사 전의 세월이 자신이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고 말했습니다. 30살에 주치의가 된 후, 말기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고, 이후 5년 동안 500명의 환자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습니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은 돈이나 명예, 성취 대신, 오히려 부모, 아이, 배우자,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미처 하지 못한 말, 전하지 못한 사과, 끝내 남은 후회들을 털어놨습니다. 결국 우리가 평생 추구해온 성공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야말로 더 소중하다는 것을, 그는 몸소 깨달았습니다. 이 500명 환자들의 마지막 소리는 그가 사표를 낸 진짜 이유가 되었습니다.
1998년 전업 작가가 된 후에는 장편소설 창작에 몰두했습니다. 이 중 가장 회자되는 작품은 병원 내 권력투쟁을 다룬 《백색거탑》, 그리고 입시 중심의 교육 문제를 파헤친 《위험심령(危險心靈)》인데요. 두 작품 모두 기득권 구조와 제도의 모순, 그리고 성공이라는 사회적 강박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 다툼의 무대로, 학교는 지식을 쌓는 공간이 아니라 성적 경쟁의 전쟁터로 변모한 현실, 허우원융은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현실을 정면으로 비판한 작품들은 그에게 단순한 인기 이상의 파장을 주었는데요. 《백색거탑》 출판 이후, 의료 현장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학교 강사 자격을 취소당했고, 예전 상사로부터는 배은망덕이라는 비반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어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타이완 사회가 사스(SARS)를 겪고 여러 의료 과실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료 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결국 의료계 현실을 설파하는 이 소설은 의대생들의 필독서로 재조명되었습니다. 누군가는 허우원융을 ‘의료계의 배신자’로 불렀지만, 그는 오히려 의사였기에 쓸 수 있는 글을 남겼습니다.
내가 바라는 어른이 되었을까? 🫧
신작 제목처럼, “내가 바라는 어른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질문은 마치 최고의 작품을 썼냐는 질문과 같다. 결코 완성될 수 없지만, 이 물음이 있기에 나는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성공은 남을 이기거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내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재미있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성공’이란 단어에 지쳐 있는 우리에게 참 따듯한 위로가 되는 철학이죠.
청취자 여러분은 지금, 자기가 바라는 어른이 되고 계신가요?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張葆蘿,「台灣文學苑─侯文詠孤獨寫作 默默點火」,國立公共資訊圖書館。
2. 萬巧蓉,「小孩國的間諜,是大人國的和平使者——專訪侯文詠《變成自己想望的大人》」,迷誠品。
3. 游常山,「侯文詠:追求下半輩子的幸福」,遠見雜誌。
4. 彌生,「侯文詠 棄偶像 做自己」,人間福報。
5. 張瀞文,「侯文詠 :4、5百個瀕死的人告訴我一個真理」,親子天下雜誌。
6. 36歲放棄醫生當作家,侯文詠到底在想什麼?寫作近40年,他有哪些體悟? ft. 作家 侯文詠《強者我朋友》EP 119|志祺七七。
7. EP471 變成自己想望的酷人ft.文詠,台灣通勤第一品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