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x문학x음악! 오사카에서 펼쳐지는 타이완 판타지 문학의 상상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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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요즘 날씨는 정말 견디기 힘드시죠. 태풍과 계절풍이 몰고 오는 폭우, 그리고 고기압으로 인한 폭염이 번갈아 가며, 8월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날씨 속에서 슬며시 다가오는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음력 7월 ‘귀신의 달(鬼月)’입니다. 귀신의 달은 보통 양력 8~9월 사이에 찾아오는데, 올해는 비교적 늦은 8월 23일부터 9월 21일까지인데요. 그 이유는 ‘윤6월(閏月)’이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음력 6월이 두 번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음력 8월도 뒤로 밀리게 된 거죠.
달력과 계절의 질서를 수호하는 '윤월' 🌕
왜 그럴까요? 우선, 음력은 달의 운행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입니다. 달이 삭, 초승, 상현, 보름, 하현, 그믐으로 변하는 주기는 평균 29.5일인데, 이 기준으로 하면 1년은 365일이 아닌 354일이 되고, 양력과는 11일 차이가 나죠. 또 매년 쌓이다 보면, 추운 8월, 더운 2월 같은 계절의 혼란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균 3년에 한 번, 한 달을 추가해 계절과의 균형을 맞추는 겁니다. 이렇게 추가되는 달은 바로 ‘윤월(閏月)’, 또는 ‘윤달’이라고 합니다. 올해의 윤월은 바로 6월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달을 윤월로 정해야 할까요? 기준은 24절기입니다. 24절기 중 각 달의 두 번째 절기를 ‘중기(中氣)’라고 부르며, ‘우수’, ‘곡우’, ‘춘분’, ‘소만’, ‘하지’, ‘대서’, ‘처서’, ‘추분’, ‘상강’, ‘소설’, ‘동지’, ‘대한’ 등이 있습니다. 원래는 한 달에 중기 하나가 있는 게 정상인데, 올해는 음력 6월에 중기가 빠졌습니다. 그래서 ‘윤6월’이 생겼죠. 다시 말해, 윤월은 고정된 달이 아니라, 중기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겁니다.
지금의 타이완은 더 이상 농업 중심 사회는 아니지만, 사계절의 질서를 담고 있는 음력은 여전히 사람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춘절, 단오, 추석 같은 큰 명절은 물론, 자신의 음력 생일만 챙기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존재감이 강한 음력 7월도 다양한 전통을 지켜야 하는 시기죠. 인간세계로 오는 귀신들과 무사히 잘 보내기 위해, 결혼과 이사 같은 큰일을 피하는 게 좋다는 관념이 있습니다. 특히 올해처럼, 평균 19년에 한 번 찾아오는 윤6월이 있는 만큼, 귀신들이 한 달 늦게 나오는 바람에, ‘음기’가 더 강해진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특별한 한 달로 여겨지는 거죠.
귀신의 달은 아직 2주 정도 남았지만, 타이완 문학계는 벌써 이 분위기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는데요. 타이완문학관이 주최하는 ‘판타지 타이완(魔幻臺灣), 타이완 문학 전시회’가 어제(10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오사카 중앙공회당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의 최대 명절 ‘우란분절(오봉 お盆, 양력 8월 13~16일)’을 맞아, 민간전설부터 도시괴담, 요괴, 귀신, 신명까지, 타이완 문학의 환상적인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시원한 전시회 현장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위 타이완' 마스코트를 가지고 판타지 문학 전시회를 찾은 일본인 여행객들 - 사진: CNA
"드디어 왔구나!", 타이완문학관 x 성황묘 🌟
지구촌의 대축제, 2025 오사카 엑스포가 지금 한창이죠. 사실 이번 전시회는 타이완 문화부가 오사카에서 개최하는 ‘위 타이완(We Taiwan)’ 문화 전시회의 일환인데요. 지난해 파리 문화올림픽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엑스포 기간에 타이완의 소프트 파워를 세계에 다시 알리고자 하는 행사입니다. 그리고 문화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문학’이죠. 특히 타이완은 산림, 광야, 해양 등 웅장한 자연경관을 품은 나라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이야기들이 무척 많죠. 또한 식민과 이민의 역사 속에서 여러 민족과 문화가 어우러지면서 타이완만의 유령, 요괴, 신령들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고스란히 문학 속에 담겨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가 보다 의미있게 다가올 수 있도록, 타이완문학관은 특별한 콜라보도 준비했습니다. 지난 27일, 350년 역사를 지닌 타이난 푸청 성황묘(府城城隍廟)에서 기원식이 열렸는데요. 문학관과 사찰 측이 협업해 만든 기념품은 ‘과로(過爐)’라는 전통의식을 거쳐 신명의 기운을 받았습니다. ‘괴로’란 향을 피우는 향로 위에서 물건을 돌리는 의식입니다.
지난 27일 타이난 성황묘에서 열린 기원식 - 사진: CNA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성황묘에 걸린 편액(현판)인데요. 이 편액에 적힌 글은 전시회의 오프닝 멘트로 활용되었습니다. 바로 ‘이래요(爾來了)’, “그대, 왔구나”라는 글귀입니다. 타이완 민간신앙에서 성화묘는 인간세계와 저승의 사법을 관장하는 곳, 지금으로 치면 법원이나 재판소 같은 곳이죠. 그래서 “그대, 왔구나”라는 말에는 “당신의 모든 행위를 신명 앞에서 돌아보라”, “잘못이 있다면 고치고 반성하라”는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 편액의 의미를 살려, 찾아오는 관객들에게 “드디어 왔구나”라는 인사를 건넵니다. 단순한 환영을 넘어, 전시 주제와 정서를 이어주는 참 재치있는 발상이죠.
전시회 오프닝 멘트로 쓰인 성황묘 간판 '이래요(爾來了)' - 사진: CNA
타이완 요괴를 일본으로 알리는 작가들
전시 콘텐츠도 풍부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타이완 판타지 문학 작가들과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 첫 시작은 어제(10일) 음악인이자 작가 장자샹(張嘉祥)의 강연였습니다. 작가 주유쉰(朱宥勳)과 함께 ‘가사의 문학성’을 주제로, 장자샹이 직접 창작한 ‘요괴 유니버스’를 소개했습니다. 이어 오는 16일, 작가 츄창팅(邱常婷)은 타이완 판타지 문학과 아동문학 속 요괴의 모습을 탐구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17일, 타이완 판타지 문학의 거장 간야우밍(甘耀明) 작가는 타이완의 현대사를 환상 문학 기법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소개할 겁니다.
이 중 장자샹과 간야우밍 작가는 과거 방송에서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 오늘은 아직 조금 낯선 이름일 수도 있는 츄창팅 작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에 앞서, 타이완 판타지 문학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먼저 느껴보시죠. 장자샹이 소속된 타이완어 밴드 ‘촌사람(裝咖人)’의 노래를 띄워드립니다.
지난 10일 열린 작가 장자샹과 주유쉰의 공동 연설 - 사진: 문화부
가장 큰 가능성 지닌 MZ작가, 츄창팅
여러 소설상과 문학상을 수상한 츄창팅은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MZ작가 중 한 명입니다. 유명 작가 장이쉬안(張亦絢)은 그를 “앞으로 20년간 가장 큰 자극성과 가능성을 지닌 타이완 소설가 중 한 명”으로 평가했을 정도입니다. 츄창팅은 《해리 포터》 시리즈에 열광하던 소녀 시절부터 머릿속에 떠오른 판타지를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대학 입학 후 교수의 격려를 받아 타이완에 실존하는 판타지를 쓰게 되었죠. 2015년 발표된 그의 데뷔작 《괴물의 고향(怪物之鄉)》은 고향 타이동(台東) 타이마리(太麻里)의 민간전설을 모티브로 한 소설입니다.
츄창팅의 소설을 읽다 보면 나무의 향기와 흙의 냄새, 그리고 안개 낀 산림 속을 걷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집니다. 타이완의 대표 요괴 ‘모신아(魔神仔)’부터, 잘 알려진 도시전설 ‘빨간 옷 소녀(紅衣小女孩)’까지, 이 땅에 스며든 신비로운 존재들이 그의 문장에서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이처럼 초자연적이면서도 향토적인 이야기를 쓰기 위해 그는 언제나 현지 조사에 철저합니다. 대학원에서는 자연문학의 거장 우밍이(吳明益) 작가 아래서 글쓰기 훈련을 받았고, 덕분에 “이야기를 쫓는 재미”를 실감했다고 합니다. 산을 쓰기 위해선 직접 산에 들어가 자연을 체험하고, 전통문화를 이야기하려면 그 현장을 찾아갑니다. 이러한 꼼꼼한 자세가 바로 그의 창작 원칙입니다.
소재는 다양하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소년소녀의 성장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이런 관심은 그를 아동문학 연구로 이끌었습니다. 현재 아동문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엔 판타지 이야기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상상력을 키우는 좋은 매체가 되었다. 어린 독자들이 판타지에 흥미를 잃는다면, 판타지 문학은 곧 사라질 것이다.” 현실은 판타지 세계가 아니지만, 판타지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현실은 오히려 더 삭막하고 지옥 같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우리 모두, 이 세상을 보다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상상력을 가진 독자로서 판타지를 맞이해보면 어떨까요? 다가오는 귀신의 달, 신비한 존재들을 향한 존경의 마음으로 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이번주 수요일,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에서 지금 오사카에서 진행 중인 ‘위 타이완’ 문화 전시회 소식을 보다 자세하게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楊思瑞,「魔幻台灣文學展前進日本大阪 府城名匾當開場意象」,中央社。
2. 楊思瑞,魔幻台灣文學展前進日本大阪 府城名匾當開場意象,中央社。
3. 「魔幻臺灣」——臺灣文學展,We Taiwan。
4. 薛巧妮,「兒少小說創作相談室>為誰而寫?邱常婷談少年小說創作的幾種可能」,兒少文學與文化研究誌。
5. 蔡雨辰,「【新手上路】以田野調查 累積狩獵現實的能力──邱常婷《怪物之鄉》」,OKAPI。
6. 羅士庭,「【當月精選】天鵝般的小説怪物:邱常婷」,聯合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