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타이완 문학ㆍ언어2025 금정장 빛낸 ‘그림책 할아버지’ 정민진(鄭明進), 특별공로상 수상 🏆︎
2025 금정장 빛낸 ‘그림책 할아버지’ 정민진(鄭明進), 특별공로상 수상 🏆︎

2025 금정장 빛낸 ‘그림책 할아버지’ 정민진(鄭明進), 특별공로상 수상 🏆︎

Update: 202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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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청취자 여러분, 황금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타이완도 이번주에 연휴가 두 번이나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아주 들떠 있습니다. 이런 즐거운 시기에 타이완 문학계의 큰 축제 ‘금정장(金鼎獎)’ 시상식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문화부가 주최하는 출판대상 금정장은 올해로 49회를 맞았고, 1,386개의 출품작 중 35개 작품이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 가운데 모두의 시선을 끈 인물이 93세의 그림책 작가 정민진(鄭明進, 1932~)입니다. 직접 시상식에 참석해 힘 있는 목소리로 수상소감을 전했는데요. “저는 타이완에서 가장 운 좋은 할아버지입니다!”라고 말하자 큰 웃음과 박수를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형이 선물한 《손오공》 그림책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회상하면서 이 자리에 와준 모든 사람들을 향해 “앞으로도 잘 살아서 100살까지 그림을 그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말에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죠.



리위안(좌) 문화부 장관이 정민진(우) 작가에게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 사진: CNA


그가 언급한 《손오공》은 1936년 일본 고단샤에서 나온 그림책으로, 손오공의 탄생부터, 수행 과정, 그리고 오행산에 갇혀 지낸 500년 이야기까지 담고 있습니다. 타이완이 일본 식민지였던 당시, 서점이 많지 않아 일본 책은 외래품 가게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어린 시절 그런 책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을 큰 행운으로 여긴 겁니다. 장난꾸러기 손오공을 닮았다는 그는 이후 그림책 50권을 펴냈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 그림책 100권 가까이를 번역해 타이완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타이완 아동문학과 그림책의 거장 정민진 작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동 그림책의 교부? ‘그림책 할아버지’라 불러달라 🖍


아흔 살이 되면 어떤 모습일 것 같아요? 쉬면서 못다 이룬 꿈을 떠올리고 있을까요? 아니면 몸이 불편해져서 후회하고 있을까요? 정민진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정정한 그는 손자들을 장난스럽게 놀리고, 그림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그림책 할아버지’라고 부르죠. 원래는 ‘아동 그림책의 교부(대부)’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중국어에서 ‘교부(教父)’가 마피아 보스 같은 의미로도 쓰이다 보니 2009년 첫 손녀가 태어난 뒤부터는 “그냥 그림책 할아버지라고 불러달라”고 말했습니다. 그 애칭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가 여든 살이던 2012년, 국립타이완도서관은 그 별명을 전시 제목으로 하여 특별전(繪本阿公.圖畫王國~鄭明進80創作展)을 열었습니다. 회화 작품은 물론 동물 점토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그의 창작 세계를 형상화했습니다. 이 전시는 다음해 타이난의 국립타이완문학관에서도 이어졌는데, 특히 타이난을 무대로 한 두 작품 《우시장(牛墟)》과 《홍통의 그림(洪通繪畫‧無師自通)》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작품① 🎨《우시장》


타이난 하면 떠오르는 길거리 음식, 바로 소고기 국물요리 ‘우육탕’이죠. 예전 농업사회에서 소는 경작과 운반을 책임지는 농민들의 든든한 파트너였기 때문에, 소를 사고파는 우시장이 마을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우시장은 타이난 산화(善化)에 있는데, 지금은 일반 전통시장으로 변했지만 근처 도살장이 있어 우육탕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민진은 그 풍경과 문화를 꾸밈없이 담아내며 가장 ‘타이완다운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우시장》- 사진: 보커라이


작품② 🎨《홍통의 그림》


또 다른 작품 《홍통의 그림》은 타이난 출신 화가 홍통(洪通)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1970년대 타이완 본토 예술문화의 흐름 속에서 독학으로 창작을 시작한 홍통은 원시적이고 자유로운 화풍으로 예술계의 관심과 논쟁을 동시에 불러왔습니다. 이 책은 홍통의 고향 이야기에서 시작해, 그가 어떻게 주변 환경에서 영감을 얻고 창작을 이어갔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린이와 성인 독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홍통의 그림》- 사진: 보커라이




개인 전시회를 연 최초의 타이완 그림책 작가 👨‍🎨


쉰 살에야 그림을 접한 홍통과 달리, 정민진은 어릴 때부터 그림의 매력을 맛본 사람이죠. 타이베이시범학교(현 국립타이베이교육대학) 예술학과를 졸업한 후에는 25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일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타이완에는 그림책이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는데, 그는 그림책을 수업 교재로 활용한 최초의 교사였습니다. 수업을 하면서 이런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이 사물이나 풍경을 그대로 그리는 ‘사생화’는 잘하지만, 상상력이 필요한 그림은 어려워한다는 점이었데요. 그래서 자신에게 상상의 문을 열어주었던 그림책이 떠올랐죠. 이후 세계각국의 그림책을 수업에 들여와 아이들의 상상력과 그림 스토리텔링 능력을 함께 키워냈습니다.


그림책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낮에는 수업하고 밤에는 일러스트를 그리는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1968년, 출판사의 초청을 받아 타이완 민간 이야기 《십형제(十兄弟)》를 그림책으로 출간하며 정식 등단했습니다. 1977년 정년퇴직 후에는 일본 출판사가 주최한 ‘세계 아동 그림책 전시회’에 참여해 타이완 그림책 작가로는 처음으로 해외 무대에 섰습니다. 3년 후 타이완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며 또 한 번 ‘최초’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동 그림책의 교부’라는 별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죠.



《십형제(十兄弟)》- 사진: 보커라이


이어 정민진의 정신과 일맥산통한 노래, 셰신즈(謝欣芷)의 ‘같이 그림을 그려요(一起來畫畫)’를 함께 들어보시죠.



그림책 잘 그리는 비결은... 적자지심 🧒


정민진은 늘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아름다움의 진리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여든 살에 타이완문학관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도 어린아이처럼 무척 흥분했고, 심지어 밤을 새웠다고 합니다. 그는 손자 셋의 성장 과정을 그림으로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가정 미술관’이라는 개념으로 집을 작은 미술관으로 꾸몄습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는 손주들과 함께 ‘마스크 쓴 자화상’을 그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재치 있고 즐거운 방식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미술교육을 일상의 놀이로 만들어냈습니다.



정민진 작가 - 사진: 문화부


또 타이완 그림책 산업의 성장과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한성도서(漢聲圖書), 라이언 미술(雄獅美術), 아동일보(兒童日報) 등 출판사에서 편집고문을 맡으면서 세계각국의 그림책을 소개했고, 직접 번역도 했습니다. 그가 처음 번역한 작품은 미국 작가 에릭 칼(Eric Carle)의 대표작 《배고픈 애벌레(The Very Hungry Caterpillar)》였는데, 서로 다른 재료를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후에도 일본 작가들의 그램책을 꾸준히 번역하며, 독서 환경이 열악했던 타이완을 활기찬 아동 도서의 숲으로 이끌었습니다.



“타이완에 아동 그림책 미술관이 필요하다” 📚


현재 그의 꿈은 ‘아동 그림책 미술관’입니다. 젊은 시절, 그는 택시 기사에게 “미술관으로 가주세요”라고 말하면 “미술관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자주 들었지만, 지금 타이완 곳곳에 훌륭한 미술관들이 생겼습니다. 다만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하기에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미술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난주 소개해드린 아동‧청소년 도서전처럼, 머지않아 아동 미술관도 생기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정민진이 처음 《손오공》그림책을 읽은 1944년을 떠올려 보면, 80년이 지난 지금 타이완의 그림책 산업과 예술 환경은 눈에 띄게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번역 중심의 시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여전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정민진을 비롯한 선배들이 다져놓은 기반 위에서, 타이완 본토 그림책이 더 아름답게 피어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第49屆金鼎獎頒獎典禮 向出版人致敬」,文化部。
2. 孟慶慈,「【藝術文化】圖畫書教父鄭明進80創作展」,自由時報。
3. 繪本阿公「80展」,鄭明進線上插畫展。
4. 洪榮志,「繪本阿公鄭明進 創作展開幕」,中國時報 。
5. 李公元,「九十一瞬,童心不老,永不退休的繪本美育推動者 繪本阿公鄭明進」,教育家。
6. 李公元,「鄭明進 繪本阿公90歲仍有夢」,人間福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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