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시각에서 본 경주 APEC정상회의/ 부산 미중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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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시각에서 본 경주 APEC정상회의/ 부산 미중정상회의
-2025.11.03.-타이완 ㆍ한반도 ㆍ양안관계 ㆍ시사평론-
경주 APEC정상회의
한국 경주에서 열린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1월1일 성료되었다. 타이완의 정상을 대표한 린신이(林信義) 중화민국 총통부 고급고문은 이날 저녁 국제기자회견을 통해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여에서의 성과를 발표했다.
타이완 대표가 정상회의 차 입장할 때 중화민국 국기가 한국 TV 화면에 뜨며 큰 반향을 얻었다. 이 외에, 각 국 정상들이 단체사진을 찍을 때 린신이가 가장자리에 배치된 데에는 혹시 중국측의 압력이 있었는지도 타이완 언론들이 주목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외교부 국제기구담당 국장(국제조직사 순졘원孫儉元 사장司長)은 ‘평등하게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지금까지 우리의 참여는 매우 순조로웠고, 관련 대우도 기타 경제체와 원칙적으로 일치하며 평등하였다’고 언론들 질문에 대답했다. 다만 내년의 APEC은 중국이 주최하게 되므로 우려되기는 하지만 중국측도 서면으로 평등하게 참여하며 인신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보증을 해준 상태라서 내년 회의에서 중국측이 약속을 확실히 이행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 APEC 회의는 인공지능 등 이슈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기에 ‘치맥 회동’으로 한국인의 호감 대상으로 떠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기조연설과 더불어 한국과의 여러 협력 계획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분야에서 타이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타이완과 한국 간의 협력 전망은 어떠할지도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11월1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린신이는 ‘타이완과 한국은 정보통신산업망에서 각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임이 확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이완은 반도체 제조, 패키징 테스트, 클라우드, 인공지능 하드웨어 방면에서 고효율의 완벽한 생태계를 소유하고 있고, 한국은 메모리, 시스템 통합, 소비 단말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적 지위에 있는데, 따라서 타이완과 한국이 각자의 우세를 결합시키면 지역의 공급망 회복력에 절대적인 협력 기초를 제공해 줄 것이며, 쌍방은 이러한 기초 아래 더 많은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공동으로 글로벌 공급사슬이 직면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원 정무위원 겸 국가 과학ㆍ기술위원회(NSTC) 위원장(주임위원 우청원 吳誠文)은 “한국은 경쟁 대상이 아니라 타이완의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는 타이완과 한국은 글로벌 민주주의 공급사슬에서 각자의 핵심 역할을 이행하고 있으며, 자신은 엔비디아가 한국과 협력한다고 해서 타이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투자는 장차 타이완의 고객이 될 수 있고, 한국이 인공지능 공장을 건설하려면 타이완 TSMC가 제조한 반도체 칩과 한국이 제조한 메모리칩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는 쌍방에게 모두 좋은 일이며, 타이완과 한국은 협력 파트너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APEC 주최국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렀는지는 한국인 모두 목도하였으리라 믿는다. 타이완에서도 한국이 이 회의를 잘 준비하였고 성황리에 마쳤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 미중정상회의
다만 각 회원국가들의 관심사가 조금은 다를 수 있는데, 타이완의 경우 인공지능 등 주요 의제를 제외하고 아무래도 미중 정상 회의에 비교적 신경이 쏠리게 된다. 특히 타이완이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 간의 담판에서 카드로 쓰여질지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베이징당국은 ‘타이완은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임을 누차 강조해 왔던 것과는 달리 이번 미중 정상 회의 후에 ‘타이완’이 언급되었다는 어떠한 발표도 없었다. 트럼프도 회의에서 타이완을 거론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타이완 이슈, 타이완해협 정세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미중 양국은 전략 목표를 감안할 때 최우선은 통상문제였기 때문이어서 그랬다고 본다. 그래서 중국은 무역전쟁을 완화하면서 ‘쌍순환’을 조정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미국은 ‘상호관세’ 계획을 잘 통제하며 진행해야 하는 게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타이완’을 담판석상에서 거론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안도하는 표정이지만 또 일각에서는 미중 양국이 일단 이리저리 계산한 결과 지금은 ‘타이완’ 카드를 꺼내지 않았지만 이건 그저 잠정적인 필요에 따른 결과이지 노멀을 아니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타이완 중앙통신사 워싱턴 특파원은 현지시간 10월30일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중국사무)담당 보좌관 데니스 와일더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이 회의에서 타이완을 토론 의제로 꺼내지 않은 건 타이완에 있어서 매우 좋은 일’이라고 평론했다.
또, 미국의 주 홍콩, 마카오 총영사, 국무부 경제 상업사무국 수석 부보좌관 등을 역임했던 현 전략자문회사 아시아그룹 관리 파트너 커트 월터 통은 중앙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미중 정상 회의에서 중국측은 타이완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거론하게 되지만 이번 회의는 쌍방의 토론 의제가 너무 많고 시간도 부족했다는 점을 들어 지금은 일단 미중이 무역과 과학기술 의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타이완을 놓고 외교적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미국재대만협회(미국대표부) 이사장, 현 워싱턴 기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 리처드 부시는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된 시간이 짧다보니 실무자들이 달성한 협의에 대해 양 정상이 재확인하는 정도의 회담이 되었을 수도 있고, 더불어 중국측은 타이완 의제에 대해서 급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여준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미국은 슈퍼 강국이다. 트럼프는 전례없는 특이한 정치인이다. 근 10개월 이래 가장 확실한 건 트럼프의 불확실성이고 전 세계가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맞춰가는 중이다. ‘트럼프식 거래 중심적 외교 스타일’의 주역 도널드 트럼프, 그는 타이완을 담판의 카드로 내놓을까? 이게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점이기도 하다.
미중 정상이 부산 회의에서 ‘타이완’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바라볼 경우, 우리 스스로가 아니라, 미중 양국이 타이완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걸 뜻하는 걸로도 보인다. 비관적으로 말해 타이완은 스스로 자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닐까? 자주적이 아닌 다른 이들에 의해 팔려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국제상에서의 처지와 중국의 각종 압박에 대면하고 있는 타이완은 미국을 믿을 수 있는지, 트럼프를 믿을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보다 실리적인 태도로 자국 이익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양 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는 것보다 일단 무엇이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가를 봐야 한다. 예컨대 지정학적으로, 국가안보, 정치적 가치 또는 공급사슬 등 각 방면에서 타이완은 누구와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답은 ‘미국’이다. 미국은 타이완의 이익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건 현실적으로 명확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외교는 현실적이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지금 누가 누구를 믿는다, 예컨대 타이완은 미국을 믿는다라는 생각보다는 ‘상호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렇기에 타이완은 미국을 신뢰한다, 아니다라는 찬반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지금 어떻게 하면은 미국으로 하여금 타이완을 신뢰하도록 만들고 더 나아가 타이완과 미국 간의 상호신뢰 기반을 든든하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안전 그리고 이익을 강화하며 타이완을 대체 불가한 주체로 만드는 게 급선무이다. 국방실력의 제고, 건전하며 착실하게 외교적 포석을 추진하며 내부적으로는 단결을 촉진해야만 순식간에 변화하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굳건하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국가의 강인한 회복력을 기반으로 지정학에서 그 누구도 홀대하거나 간과할 수 없는 역량으로 일어서야 할 것이다. -白兆美 원고ㆍ보도: 백조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