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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 정통에 대한 냉정과 열정 사이

중화 정통에 대한 냉정과 열정 사이

Update: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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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정부의 중화 정통에 대한 냉정과 열정 사이


l   -2025.08.25.


l   -타이완 ㆍ한반도 ㆍ양안관계 ㆍ시사평론-


l   연합국,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승전’


l   중화민국 정부, ‘1945년은 항일8년전쟁 승리’


l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의 새로운 해설, ‘1945년은 중국인민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즘전쟁 승리’



현대사에서 매우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8월이 다 가기 전에 제2차 세계대전과 중국국민당 국민군의 항일전쟁 그리고 한동안(지금까지도) 뜨겁게 이슈화된 ‘중국 93승전 열병식’에 대해 평론을 하고자 한다.


한국의 8월15일은 ‘광복절’이다. 일본 강점기의 종식과 한민족의 해방을 맞는 날이다. 타이완의 광복절은 일본이 1945년 시월에 통치권을 반환함에 따라 1945년10월25일에 이르러서야 타이완의 광복을 맞는다. 그동안 10월25일 타이완 광복절은 국정공휴일이었다가 민주진보당 집권 이후 쉬지는 않고 기념만 한다는 의미에서 공휴일이 취소되었다가 올해 다시 공휴일을 회복시켰다. 이게 정치적인 모종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이에 관한 해설은 아니다.


한국과는 달리 타이완은 광복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통치를 무려 반세기 동안이나 받아왔는데, 기존의 교과서 역사책에서는 비판적인 서술은 거의 없고, 1895년부터 1945년 사이를 그저 ‘일치시대(일본통치시대)’라고만 부른다.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각자의 민족적 입장이나 해석하는 시기, 또는 ‘삼국연의’처럼 소설을 진정한 역사로 오해하며 해석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수백 수천 가지는 나올 수 있으나, 한 가지 변함없는 건 그 사건이 벌어진 ‘역사적 사실(史實)’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20세기 상반기에 중국을 넘보고 자국의 것으로 삼켜버리고자 중국대륙의 이곳저곳을 들이쑤셨고 여기저기에서 열전도 벌였다. 그러다가 1937년에 이르러 당시 난징에 수도를 둔 국민정부 장졔스(蔣介石) 총통은 전면적인 항일전쟁을 선포하게 되었고, 중화민국은 일본과 장장 8년 간의 전쟁을 치렀다. 한반도전쟁(625전쟁)이 3년 간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는지 아신다면 8년 간의 전면 전쟁에서 희생된 국민은 수백만에서 그치지 않는 참혹한 숫자이다(사상자 3,500만 명, 이중 사망자는 국부천도 이전 중화민국 정부 통계로는 약 1,200만 명 안팎, 1995 중화인민공국이 발표한 통계로는 1,500만에서 2,000만 사이).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며 우리는 ‘8년 간의 대일항전 승리’라고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 필자는 대일항전(對日抗戰)이라는 용어는 극히 정당하다고 본다. 당시 중화민국이 세계 곳곳에 나가서 전쟁을 벌인 것도 아니고, 군국주의 일본군이 처들어와, 우리는 그들에 대항하며 전면전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945년의 일본과의 전쟁 종식은 ‘대일항전 승리’라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10년 전의 9월을 회고해 본다. 중공 국가주석 시진핑은 집권 이래 중공의 관례를 깨고 2015년9월3일 베이징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중국 인민의 항일 전쟁과 세계 반파시즘 전쟁의 승리 70주년’이라는 명목의 열병식을 거행했다. 그때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한국 대통령 박근혜 등 국제 정계 주요 인물들이 열병식에 초청되었고 이슈화된 바 있다. 그 외에 10년 전 베이징 열병식에 중공은 ‘1949년 중국대륙에 체류해 있는 국군 퇴역 장병’들을 초청하였었다.


이게 벌써 10년 전 중공이 깔았던 판이다. 즉 역사에 대한 해석, 국제사회에서 그 해석에 대한 발언권을 베이징당국이 장악하는 행동임을 몰라볼 리는 없다. 오는 (2025년) 9월3일 중공은 2015년 때와 같은 명목의 열병식을 거행할 예정이고, 어젯밤(8월24일) 베이징에서 무기를 이동하는 마지막 리허설이 진행되기도 했다.


10년 전에, 항일전쟁에 참전했던 중국대륙에 체류해 있는 중화민국 국군을 초청했었는데, 올해에는 2차 대전 당시 중화민국을 도와 일본과 싸우는 데 크게 이바지한 플라잉타이거(飛虎隊-Flying Tigers) 파일럿의 후손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이중에는 중화민국 공군 건군의 가장 중요한 인물 클레어 리 첸노(1893-1958년)의 딸 신시아 첸노, 손녀 넬 캘러웨이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플라잉타이거’의 정식 명칭은 ‘중화민국공군 미국국적 지원중대’인데, 게다가 국군 공군 창설에 큰 공을 세운 클레어 리 첸노 지휘관은 일평생 반공하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하지만 중공당국이 플라잉타이거의 후손들을 초청한다는 건 원래 중국공산당이나 중화인민공화국과 협력하지 않았다 해도, 여하튼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역사적 발언권을 장악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맞는 자가 이긴다’, ‘이긴 자가 맞다’ 이런 말은 누가 옳고 그른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한 가지 보이는 건 이긴 자에게 해석과 발언할 권리를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족주의(국수주의)를 더하면 타민족에는 배타적이고 자국만 최고, 눈에는 자기만 보이게 된다. 좀 신사적으로 표현하면 강력하고 압도적인 애국주의로 볼 수 있는데, 역사의 해석은 힘이 있는 자가 제 맘대로 해석하고 정의하는 경향은 예나 지금이나 이 사회에 보편적인 현상으로 계속 출현하고 있다.


필자는 예전 시사성 프로그램에서 중공은 우리의 항일전쟁을 8년에서 14년으로 늘려놨다는 보도를 했던 바 있다. 지난 2017년의 중국 초교와 중학교 교재에 ‘8년 항전’을 ‘14년 항전’으로 변경시킨 것이다. 중화민국은 1937년 노구교사변으로도 불리는 7월7일 ‘77사변’이 전면 항일전의 시작이라고 했지만 중공 교육부는 1931년 일본군이 9월18일 동북지방 남만(南滿)철로를 폭파시킨 ‘918사변’을 항일전쟁의 시작으로 정했다. 물론 해석은 각자 다를 수 있는데 문제는 그 항전의 주역은 누구냐는 것이다. 일본이 침략해 왔을 때 중국공산당에서는 구호를 외치는 것 외에 실제로 일본군과 직접 싸웠다기 보다는 국민당이 결성한 국민군이 일본군과 싸워 이기면 그 뒤에서 깃발이나 흔들며 공산당을 쌀찌게 만들어 나갔다.



지난 8월15일, 라이칭더 총통은 공식 SNS계정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의 태평양 전장에서 동맹국들이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모아 끝까지 분투하여 전쟁의 종식을 고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었다. 여기에 중국대륙에서 일본군과의 전쟁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즉 ‘종전’의 또 다른 해석은 일본군, 일본정부의 입장에서 해석한 것으로도 보인다. 중화민국이 건재한 데 왜 중화민국의 승리를 말하지 않는 것일까?


이게 비단 필자만이 갖는 의구심은 아니지만 일단 ‘항전’과 ‘종전’이 주는 의미나 느낌이 다르기에 국내에서도 많이 토론되었다. 총통부 바로 뒤에 소재한 국사관(國史館)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관련 여러 이벤트를 주최하였고, 마침 8월15일에는 국사관 관장(천이선-陳儀深)의 주재로 좌담회가 진행되었다. 해당 좌담회 거행 소식이 언론에 알려진 후 사회 일각에서는 ‘일본에 잘 보이려고 종전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비판했다. 그 말인 즉슨 ‘(대일본)항전승리’라는 용어를 회피하는 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국사관 관장은 좌담회 제목만 가지고 공격하는 사람이 있는 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분열되어 있고, 정치가 대립하고 있는지 그 현실을 반영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공역사, 전후(戰後)대만역사 분야 전문 학자 국립정치대학교 리푸중 교수는 타이완에 정착한 중화민국정부가 2차 대전 종전 80주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사실 난감할 것이라며 타이완 사회 인구 구조에 대해 언급했다. 즉 지금 이른바 본성인(본래 중국대륙의 주민이며 1949년 이전에 타이완으로 건너온 사람)은 전국의 75%가 넘는다, 그들과 1949년 이후 중국대륙에서 건너 온 이른바 외성인(일본 패망 이후, 국부천도 이후 타이완으로 건너온 중국대륙 출신) 사이에 2차 대전이든 항일전쟁이든 20세기 상반기에 벌어졌던 중대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장졔스와 장징궈 시대 중국국민당 정부는 중국의 바른 계통, 정통 정부임을 고수했고, 중국대륙에서의 항일전쟁의 기억을 타이완으로 이식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이완에서는 지금 더 이상 중국 정통이 아닌 타이완 토착의 새로운 역사를 본격적으로 해석해 나가고 있다는 게 사실이다. -白兆美 원고/보도: 백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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